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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기에 파리 그렸더니 … 『넛지』의 세일러 노벨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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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풀피리™ 작성일2017-10-16 10:21 조회1,0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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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행동경제학 권위자인 리처드 세일러(72) 미국 시카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세일러 교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넛지』(2008년)의 공동 저자며, 『승자의 저주』(1992년)도 집필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 “심리학적 가정을 경제학적 의사결정 분석의 대상으로 통합하는 데
기여한 공로로 49번째 노벨 경제학상을 세일러 교수에게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위원회는 “개인의 제한된
합리적 행동, 사회적 기호, 자기 통제 결여의 결과를 분석함으로써 이 같은 인간의 특성이 조직적으로 개인의
의사결정과 시장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세일러 교수는 1945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났다.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를 졸업하고 로체스터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넬대와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교수를 지냈다.
  
행동경제학은 심리학과 경제학의 접경 부분을 파고드는 경제학의 한 학파다. 30여년간 이론 체계를 갖췄다.
행동경제학자는 합리성과 이기심으로 뭉친 경제적 인간을 전제로 한 주류 경제학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행동경제학은 주류경제학의 ‘합리적인 인간’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비합리적 존재로
단정 짓지는 않는다. 경제주체들이 제한적으로 합리적이며 때론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인간의 성향을 활용해 경제적 효용을 높이는 게 행동경제학이 지향하는 목표다. 세일러 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대중을 위해 쉽게 풀어내는 데도 관심을 가졌다. ‘넛지(nudge)’의 사전적 의미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다.
 
책에서는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 설계(choice architect)의 힘을 ‘넛지’라고 정의했다.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소변기에 파리 모양 스티커를 붙여놓는 아이디어로 밖으로 튀는 소변량을 80%나 줄인 게 좋은 예다.
세일러 교수는 인간은 불완전하고, 판단과 선택을 할 때 실수와 오류를 저지르기 때문에 선택 설계에 약간의 변화만
주어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넛지』의 공동 저자인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는 9일 블룸버그 기고에서 “세계 여러 정부의 정책에
세일러 교수의 이론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관료들이 그의 이론을 활용해 연금·기금을 늘리고, 빈곤을 줄이며,
일자리를 만들고, 도로 안전부터 건강 증진까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세일러 교수는 2007년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린 할리우드 영화 ‘빅 쇼트’(2015)에 카메오로
출연했다. 카지노의 블랙잭 테이블에서 배우 셀레나 고메즈와 함께 합성 부채담보부증권(Synthetic CDO)을 설명했다.
세일러 교수는 수상 직후 노벨위원회와 전화로 연결해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위원회가 내 업적을 소개할 때 연기 경력을
언급하지 않아 서운했다”고 농담을 던졌다. 거액의 노벨상 상금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것이냐, 인간적으로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능한 한 비합리적으로 쓰겠다”고 답했다. 세일러 교수는 황금 메달과 상금 900만 크로나(약 12억6700만원)를 받는다. 
  
세일러 교수는 9일 노벨상 수상자로 발표된 이후 시카고대 교정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40년 전 연구를 시작할 때 황무지 같았던 행동경제학 분야가 인정받았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 긴 여정이었다.”
 스웨덴 노벨상 위원회와 시카고대 기자회견, AP통신 인터뷰를 종합해 문답으로 정리했다.
  
-주류 경제학과의 조화를 어떻게 꾀했나.
  
“그건 불가능하다.(웃음) 내가 누군가의 생각을 바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이론을 설파하기 위해 아직 머리가 굳지 않은 젊은층을
먼저 설득하는 전략을 썼다. 수많은 훌륭한 신진 경제학자들이 행동경제학을 받아들였다. 나를 따른 그들 덕분에 이 분야가 발전할 수 있었다.”
 
-가장 성공적인 넛지 사례를 꼽는다면.
“일부 국가에서 도입한 자동 연금 가입 기능을 꼽겠다. 퇴직 후를 대비해 연금 가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누구나 연금에 가입하도록 한 뒤
원치 않는 사람은 탈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연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미루기’ 행동을 극복할 수 있다.
최근 영국이 국가 연금 제도에 도입했는데, 가입률이 90%를 넘는다. 영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 정부에 ‘넛지 팀’으로 불리는 행동경제학 인사이트 조직이 있다.”
 
-행동경제학을 정책에 반영할 때 유념할 점은.
  
“경제 정책을 설계할 때 인간은 바쁘고, 늘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 있고, 게으르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게 하려면 최대한 접근하기 쉽게 만들어줘야 한다. 예를 들어 학자금 대출 서류가 복잡해
작성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활용해 부모의 세금 납부 현황을 자동 등록시키자 학자금
대출 신청이 늘었다. 교육의 기회가 더 많은 사람에게 돌아가게 됐다.”
 
-상금(약 12억원)을 어떻게 쓸 계획이냐.  
  
“내겐 흥미로운 질문이다. 돈이라고 다 같은 돈이 아니다. 사람들은 돈에 ‘이름표’를 붙여 놓는다. 집 살 돈, 여행 경비, 학비 등이
각각의 주머니를 하고 있다. 이를 ‘심리적 구좌(mental account)’라고 이름 붙였다. 앞으로 즐거운 일에 돈을 쓸 때, 이건 노벨상금으로
쓰는 것이라고 분류하겠다.”  
 
세일러 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실제 투자에 접목해 좋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자산운용사를 세워 투자자의 심리적
특성을 활용한 투자 기법을 선보였다.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이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는 2009년 3월 이후 512%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77% 상승했다. 시장 수익률의 두배 가까운 성과다.  
  
-일반인을 위한 투자 조언을 한다면.
“대부분의 분야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실수는 자기 과신이다. 직접 투자를 한다면, 거의 틀림없이 실수는 저지르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전문 펀드 매니저들도 벤치마크(종합주가지수 등)를 뛰어넘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따라서 개인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는 약하다.”  
-그 밖의 조언은.
  
“내가 주식을 산 가격에 집착해 스스로 함정에 빠지지 마라. 지금 (가격에) 주식을 살 생각이 없다면, 주식을 팔아라.
특히 주가가 떨어지면 사람들은 주식을 팔기를 주저한다. 자신이 실수를 저지른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소변기에 파리 그렸더니 … 『넛지』의 세일러 노벨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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