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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갖긴 싫고 남 주긴 아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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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길라잡이 작성일2009-11-29 17:24 조회1,761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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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는 올해 36살인 미혼 여성입니다. 나이를 채우고도 넘겨 엄마 속깨나 썩이고 있지요. 주위에서도 결혼을 재촉하며 저 역시 독신을 주장하는 바는 아니니 선이나 소개팅에 나가기도 해요. 얼마 전 3년 전에 알고 지낸 남자가 연락을 해와서 지금 한 달 정도 만나고 있어요. 집안은 보편적 조건으로 봤을 때 그저 무난한 편이고 성격이 조금 급한 게 흠이라면 흠이지만 대체로 괜찮은 편이지요. 남자는 올해는 넘기고 싶지 않지만(참고로 남잔 39살입니다) 모든 결정을 저한테 맡긴다 했고요. 그런데 문제는 제 맘이에요. 전 입때까지 연애다운 연애를 한 번도 안 해 봤거든요. 이 남자는 항상 자기가 보고 싶은지 확인하려 하는데 저는 아무런 감정을 느낄 수가 없다는 거예요. 여태까지 내가 먼저 문자 한 적 별로 없고 먼저 만나자고 한 건 단 한 번도 없었어요. 그 남자도 이런 느낌을 조금은 알고, 싫으면 오늘이라도 그만둬도 된다고 하죠. 하나도 틀린 건 없어요. 그런데 무난한 이 남자를 만나면서 잘난 것 없는 나는 항상 어딘가에 내가 원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눈을 돌리고 싶어져요. 별로 노력도 안 하면서요. 이 남자를 갖고 싶진 않지만 떠나면 아쉬운, 그야말로 남 주긴 아까운 그런 상태예요. 저 참 못되지 않았나요?



A 못된 게 아니라 딱해요.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고, 다가오는 남자한테는 동하지 않고, 그렇다고 비연애 체질이라 앞으로 남자가 꼬일 가능성도 희박해 보이고요. 엇비슷한 고민이 들어오면 ‘집어치워, 사랑을 찾아가!’란 식으로 보통 말하건만, 참 그 말이 선뜻 안 나옵니다. 통상적으론 그 나이 되도록 여러 우여곡절 연애들을 거친 후 너무 지쳐버려 애먼 놈한테 ‘그냥 자신을 놔버리고’ 싶어 하거나, 이십대 중반에도 ‘그 나이 되도록’ 연애 한 번 못했다고 진즉에 연애 인생 포기하려는 조짐이 보이거나 했던 상황이었는데, 이 경우는 X축(많은 나이)과 Y축(연애 경험 무)이 크로스가 되니까 난제라는 겁니다.


우선 결혼하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 그거 무시 못합니다. 저는 ‘사랑과 나이는 무관하다’는 듣기 좋은 말을 믿지 않는 편이죠. 물론 적령기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억수로 운이 좋거나 자신만만한 매력덩어리인 일부 특수한 여자들에게나 해당하죠. 그 나이 되면 일단 ‘소개를 해주고 싶어도 마땅한 남자가 없다’는 현실도 큽니다. 사실 ‘돌싱’이 아닌 그나마 멀쩡한 39살 노총각이 아직 주변에 얼쩡거린다는 사실도 확률적으로 대단하다고 봐야 합니다. 또한 어울릴 만한 총각이 있다 해도 사람은 나이가 들면 체력과 기력이 확연히 떨어진다고요. 일반적으로 나이 먹고 만나면 관계가 너무 계산적이라느니, 로맨틱하지 않다느니 이런 불평이 있던데, 그건 차라리 고차원적인 얘기고 그에 앞서 쉽게 피로감을 느끼다 보니 연애의 가능성을 캐치할 예민한 순발력과 관계를 지속시키는 지구력이 확 떨어지는 거예요. 보세요, 남자는 벌써 귀찮아져서 자상한 척하면서 “이젠 네가 좀 알아서 결정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나이 먹도록 제대로 된 연애 경험이 없다는 것. 이건 더 심각하지요. 이성관이 상당히 비현실적일 수밖에요. ‘어딘가에 내가 원하는 사람?’ 그게 대체 뭡니까? 이 말은 달리하면 ‘어딘가에 내가 원하는 결혼’도 있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인데요, 36년간 없었는데 향후 이삼년 안에 나타나겠습니까? 그간 직접 연애해서 체득한 게 없으니 정보원이라는 것도 대중매체나 주변 친구, 그리고 부모님이었겠죠. 대중매체에서 ‘운명의 만남’ 설정은 물론 판타지. 시청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죠. 주변인들의 연애담은 대개 과장되기 마련. 잘 풀리면 ‘운명’이요, 안 풀리면 ‘남자들은 다 똑같애’로 좋고 나쁘게 각각 부풀려지죠. 부모님의 경우 좀더 난감한 게, 애지중지 키운 제 딸자식이 이 세상에서 최고라 생각함과 동시에 그 세대 분들답게 ‘남자는 여자보다 한 단계 위 클래스여야 걸맞다’를 은연중에 주입시킨다는 겁니다. 가령 같은 학교 나온 남자나 같은 회사 남자는 쳐주질 않는 것. 주변에서 남자 찾는 게 제일 빠르고 정확하고 훈훈한데 말이죠.



자발적인 체득이 아닌 이런 주입식 연애교육은 참 못 말립니다. 비현실적인 이상형을 만들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제품’이 와주기를 바라죠. 정작 본인은 그냥 그대로, 업그레이드에는 관심도 없는데 선이나 소개팅에 나가면 ‘3분 판별력’을 가동시킵니다. 대개 X 팻말을 ‘삐이익’ 올리지요. 심지어 제가 아는, 여자한테 진짜 인기 많은 한 마성의 남자도 토로합디다. “왜 여자들은 남자에게 두 번째 기회를 안 주는 거야? 남자들은 첫 만남에서 모든 걸 다 보여주진 못한다고!” 모든 것이 곧바로 이상적이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강박관념 같은 게 있나요? 그리 서두르는 이유는 또 뭐랍니까? 당장 다음 남자가 뒤에 줄 선 것도 아니면서.


겨드랑이와 거시기에 털 나면서 이성에 혹할 무렵부터 실제로 웨딩드레스를 입기까지의 ‘연애 현역 기간’은 대략 10~15년입니다. 그사이 당신 별로 뭐 한 거 없다면서요. 그러면서 지금 ‘딱 한 달’ 만난 남자를 타박하고 계십니다. 나, 솔직히 당신의 그 ‘감’ 못 믿겠습니다. 결혼은 개뿔, 마음을 열고 연애를 ‘1’부터 시작해 보십시오. 이건 저의 감입니다만, 이 남자의 미덕을 못 찾아낸다면 앞으로 그 누구에게서도 찾아낼 가능성, 희박하다고 봅니다. 저 참 못되지 않았나요?




»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댓글목록

짱아님의 댓글

짱아 작성일

  제 개인 적인 생각은 ..
남자를 타박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끌림을 느끼지 못하는게 아닐까 싶은데요
그냥 마음이 시키는 데로 하세요~

갖고 싶으면 갖으면 되고, 남주기 싫으면 곁에 두면 되고~생각데로 하면되고...

풀피리™님의 댓글

풀피리™ 작성일

  남녀의 만남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 같습니다.
어렵게 만남을 갖고 교제를 할지라도 헤어짐도 잦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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