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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수 총장의 창녕 우포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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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풀피리™ 작성일2008-10-12 09:35 조회1,40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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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의 아침은 화왕산에서 솟은 해가 수면의 물안개를 걷어내면서 시작한다.

초가을 우포늪을 보라색 꽃으로 물들였던 가시연이 수명을 다해 가라앉은 수면은 아침 노을을 받아 연분홍색으로 반짝인다. 순백의 중대백로는 연초록 개구리밥이 양탄자처럼 깔린 늪에서 자맥질을 하고, 청둥오리는 황금빛으로 물든 목포를 유유히 헤엄친다. 가을이 나날이 깊어가는 우포늪의 속살이다. 물도 아니고 뭍도 아닌 원시의 늪은 흐르는 강물과 달라 그 안에 많은 것을 품고 있다. 어머니의 품 같다고나 할까. 가시연·물옥잠·개구리밥 등 수생식물은 여름 내내 입고 있던 녹색 옷을 벗어버리고 누런 빛을 띠며 부스러지고 분해돼 벌써 날아들기 시작한 겨울 철새들에게 먹잇감이 될 준비를 한다.

소벌로도 불리는 우포(牛浦)는 뒤쪽에 위치한 우항산의 생김새가 소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1억4000만 년 전에 형성된 우포늪은 125만㎡의 우포와 52만㎡의 목포, 33만㎡의 사지포, 그리고 13만㎡의 쪽지벌로 이루어진 늪이다. 홍수 때 낙동강 물이 역류하며 침전된 퇴적물이 토평천 하류에 쌓여 자연 제방을 형성함으로써 안쪽에 남은 물이 습지성 호수를 만들었다. 1998년에 우포늪이 람사르협약(Ramsar Convention)에 등록될 때 세계적 희귀 습지로 인정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우포늪은 시시각각 변하는 거대한 풍경화다. 우포와 목포가 인접한 목포 제방엔 새벽부터 사진작가들이 진을 친다.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왕버들 군락이 연출하는 몽환적인 경치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다. 우포늪 북쪽의 소목마을 나루터는 이곳을 대표하는 풍경이다. 사진에서 봤던, 연초록 개구리밥으로 뒤덮인 수면에 이마배로 불리는 나룻배 몇 척이 떠있는 곳이 여기다. 왕버들 군락이 장관인 목포는 단골 영화 촬영지다. 나룻배를 탄 연인이 수생식물로 뒤덮인 수면을 헤치고 왕버들 군락 사이를 미끄러져 가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낭만적이다. 물옥잠과 키 큰 미루나무가 인상적인 사지포는 백로의 서식지이자 원앙의 둥지가 위치한 생명의 보고다. 안타까운 건 왕버들 군락이 해마다 면적을 넓혀 습지가 점차 육화(陸化)된다는 사실이다.


환경지킴이 주영학씨가 생태계 교란의 주범인 뉴트리아를 잡기 위해 연분홍으로 물든 늪을 돌아보고 있다.

‘자연의 콩팥’으로 불리는 습지는 유기질과 무기질을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수질을 정화한다. 이뿐 아니라 습지는 홍수를 막고 지하수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또 습지는 대대로 우포늪 주민들이 논고둥과 마름 등을 채취하거나 붕어 등 물고기를 잡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늪에서 가장 큰 수생식물은 지름 1∼2m의 가시연. 가시연은 세계적으로 한 종밖에 없는 희귀식물로, 잎에는 온통 가시가 박혀 있다. 지금은 보랏빛 꽃이 모두 졌지만 잎을 뚫고 피는 가시연꽃은 꽃잎이 살짝 벌어지는 정도가 만개한 상태다. 올해는 가시연이 10여 년 만에 우포늪을 완전히 뒤덮을 정도로 자랐다. 늪을 뛰어다녀도 빠지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른 아침 늪을 찾으면 나룻배를 타고 긴 장대를 저어 수면을 미끄러지는 노인을 만난다. 우포늪을 소개하는 사진의 단골 모델인 환경지킴이 주영학(61)씨다. 우포늪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른 그는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우포늪을 찾는 탐방객들의 안내역을 자임한다. 새벽마다 늪을 찾는 사진작가들을 위해 장대 나룻배를 타고 스스로 풍경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요즘 주영학씨의 업무가 하나 더 늘었다. 90년대 농가에서 버려진 뉴트리아가 나타나 가시연이나 수생식물의 잎이나 뿌리 등을 갉아먹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그가 포획한 뉴트리아는 모두 180여 마리. 하지만 잡아도 잡아도 끝이 없어 주씨의 주름살은 깊어만 진다. 철새의 보금자리인 우포늪에 새로운 식구가 하나 더 늘게 됐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 따옥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로 시작되는 동요의 주인공 따오기가 우포늪에 새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직후 한국을 방문했던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따오기 한 쌍을 기증한 덕분이다. 우리 민족의 애환이 담긴 따오기. 그러나 그 많던 따오기는 지금 우리나라에 한 마리도 남아 있지 않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따오기 인공 번식에 성공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환경부는 우포늪 인근 둔터마을에 ‘따오기 증식 및 복원센터’를 건립했다. 17일 도착하는 따오기 한 쌍이 이곳에서 야생 적응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우포늪을 훨훨 날아다니는 따오기의 모습을 곧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생태 역사를 간직한 우포늪, 하지만 물을 공급하는 토평천의 상당 부분을 왕버들 군락이 잠식해 관리가 절실하다. 람사르 총회 개최로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우포늪. 다시 부르는 동요 ‘따오기’와 함께 우포늪은 인간에게 자연의 신비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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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수는=1949년 대구 출생. 인천대학교 총장, 한국습지학회 회장, 한국방재학회 부회장, 한국수자원공사 일반기술심의위원회 위원, 한국수자원학회 이사, 인천과학아카데미 원장 등을 맡고 있다. 토목공학 및 수공학 전문가로 정부 및 지자체의 각종 심의와 자문위원 등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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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메모=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에서 회룡마을을 거쳐 우포늪생태관(www.upo.or.kr, 055-530-2690)까지 자동차로 15분 거리. 우포늪생태관에서 우포늪 소개 영화 등을 본 후 늪을 탐방하는 것이 순서. 우포·목포·사지포·쪽지벌로 이루어진 늪을 모두 둘러보려면 4시간이 걸린다.

경남 창녕의 우포늪은 가을 풍경을 으뜸으로 꼽는다. 해돋이와 어우러진 물안개 감상 포인트는 목포 제방. 해 속으로 기러기 등 철새가 날아가는 장면을 보려면 해질녘 대대 제방을 찾아야 한다.



환경올림픽으로 불리는 ‘2008 람사르 총회’가 2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경남 창녕 등지에서 열린다. 아시아에서는 1993년 일본 구시로 총회에 이어 두 번째다.‘건강한 습지, 건강한 인간’이 주제인 이번 총회에는 165개 회원국 대표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NGO) 관계자 등 2000여 명이 참가해 습지 관리를 강화하는 선언문을 채택한다.

창녕의 진산 화왕산(756m)은 억새평원으로 유명하다. 정상에는 선사시대 화산활동으로 생긴 분화구 3개가 남아 있다. 분화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평원은 가을에는 억새꽃이 하얀 솜이불을 펼쳐놓은 듯 환상적이다. 화왕산 억새밭을 한 바퀴 도는 데 한 시간 남짓 걸린다.

덕암산 기슭에 위치한 부곡온천에서는 유황·규소·염소 등 무기질이 풍부한 78도짜리 온천수가 하루 6000t씩 솟는다. 부곡온천을 대표하는 부곡하와이는 계곡형 노천탕, 황토 한방 사우나, 테마탕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창녕군 문화관광과 055-530-2521.



출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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