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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은교의 명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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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풀피리™ 작성일2012-05-01 07:49 조회3,3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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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싱그러운 젊음과 관능에 매혹 당한 위대한 시인 이적요


스승의 천재적인 재능을 질투한 패기 넘치는 제자 서지우


그리고 위대한 시인의 세계를 동경한 싱그러운 관능의 열일곱 소녀 은교


서로 갖지 못한 것을 탐하다.


질투와 매혹으로 뒤얽힌 세 사람의 숨겨진 도발!




오랜만에 영화를 봤다.

풋풋한 사과처럼 싱그러운 젊음을 가진 17세 소녀와 70대 노인의 사랑을 그린 영화이다.

두 사람간의 외설적인 섹스는 상상속에서만 이뤄졌지만,

이젠 뜨거운 사랑을 나누기엔 너무 늙어버린 노시인은 젊음에 대한 안타까운 동경과

소녀의 대한 이룰 수 없는 사랑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게 하지 않았다.


"너희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나의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시인 이적요가 극중에 한 말이지만 젊음에 대한 성찰과 나이듦에 대한 고뇌를 함축적으로

말해주는 명대사였다.

나이가 들수록 젊음에 대한 소중함과 늙음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진다.

이미 까맣게 타버린 숯처럼 늙어버린 육신은 젊은 날의 그리움과 늙음에 대한 탄식으로

태양같은 젊음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이적요에게 은교는 범접할 수 없는 순결한 여자였고 지켜줘야할 연약한

사슴과도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노시인은 소녀와 성관계를 맺지 못하지만, 자신의 생일날 집에 찾아온 젊은 제자와 소녀가

깊은 밤 서재에서 성관계 맺는 장면은 숨막힐 듯한 긴장감과 관음증을 느끼게 했다.

냉철한 이성이 아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오랜만에 추천하고 싶은 영화였다.

단 미성년자는 관람불가...^^;












































































































































































































[통-백영옥의 느낌] 은교
[일간스포츠]입력 2012.05.28 16:51


.

강원도 한 산골에서 지낸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우연히도 칠십을 훌쩍 넘긴 두 명의 작가와 함께 지냈었다. 말년을 문학에 투신하겠다고 결심한 한 열정적인 노인, 마른하늘에 날벼락처럼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았지만 수 십년간 기적같이 생존해 아침마다 그림을 그리는 은퇴한 평론가 등 두사람이다. 그때까지 노년의 삶이란 내게 언제나 피상적이었다. 말하자면 나이듦에 대한 내 통찰은 대부분 책에 빚진 것들로, 철학적 사유의 틈새에서만 존재하는 빈약한 것들이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그랬다.

지나온 20대가 실패와 혼란의 연속인 탓에 나는 작가 노희경이 드라마 속 배종옥의 나레이션을 통해 보여주는 젊음을 위로하는 시선을 좋아했었다. 가수 양희은이 중년에 “지금 내 나이를 좋아한다”라고 말할 때, 나 역시 어서 늙어 안정과 평온을 갖길 바랐었다. 그러나 노인이 된다는 건, 그저 머리카락이 하얗게 변하고, 피부에 마른버짐이 피고, 경험들이 축적돼 지혜로워지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그것은 텔레비전 볼륨을 끝까지 올려도 소리가 들리지 않아 보청기를 껴야 하거나, 더 이상 번호를 식별하지 못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탈 수 없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미각 세포가 현저히 줄어들어 음식의 맛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거나, 헐거운 이탓에 원치 않아도 치과의 단골이 되어야 하는 삶일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그것은 아침이면 더 이상 서지 않는 물렁한 성기일수도, 힘을 주지 않으면 이내 풀어진 괄약근일 수도, 삐걱거리는 관절일 수도 있다. 필립 로스의 소설 ‘에브리맨’이 말하는 것처럼 노년은 원치 않는 몸의 붕괴, 대학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중년 남자가 좋지 않은 건 말야. 체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마음만이라도 소년으로 되돌아가려 한다는 점이야. 마음은 소년인데, 몸은 아저씨. 이렇게 도움이 안되는 건 세상에 없다구! 여자에게 필요한 건 마음은 중년 몸은 소년인 남자라구.”

나는 일본 작가 ‘다이라 아즈코’의 말을 떠올렸다. 그리고 올 봄 ‘은교’를 다시 읽었다. 작가의 말처럼 밤에 썼으니 밤에 읽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늙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다’라고 나는 말했다. ‘노인은 기형이 아니다’라고 나는 말했다. 따라서 ‘노인의 욕망도 범죄가 아니고 기형도 아니다’라고 또 나는 말했다. ‘노인은, 그냥 자연일 뿐이다.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라고, 소리 없이 소리쳐, 나는 말했다”라는 문장을 읽을 땐 짐짓 마음이 심란해졌던 것 같다.



소설가 박범신은 “영화 ‘은교’가 노인 포르노가 되는 것을 가장 걱정했다”고 했다. 말하자면 ‘한국판 롤리타’로 인식되어 그것이 어린 아이의 성을 탐하는 노인의 노욕으로 비춰지기를 경계했던 것이다. 만약 ‘은교’를 작정하고 ‘오독’한다면 영화나 소설의 리뷰 제목은 이쯤이 적당할 것이다. 로망과 노망 사이!

그러나 전작 ‘사랑니’에서 정지우 감독은 17살 자신의 제자에게서 첫사랑의 원형을 본 30살 여자의 사랑을 세밀하고 담담하게 화면으로 보여준다. 서른 살 여자가 독백하듯 “나, 걔랑 자고 싶어”라고 말해도 그것이 음침하거나 음탕해 보이지 않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보여준다. ‘사랑니’에서 젊은 여자의 욕망을 솔직히 얘기했던 감독이 ‘은교’에서 칠십 노인의 욕망을 얘기한다는 것이 나로서는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어째서 성공적인 시절을 보냈던 노인은 열일곱 어린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걸까. 일흔 두 살의 대작가 괴테가 열아홉 울리케와 사랑에 빠져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청혼했던 것처럼 말이다. ‘은교’는 이적요라는 국민 시인과 서지우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욕망 사이에 낀 열일 곱 고등학생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로 읽힌다. 게다가 노인과 남자가 둘도 없는 스승과 제자 사이라는 점에선 한 여자를 앞에 둔 갈등의 파국은 파격적이며,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 그러나 ‘은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파국’이나 ‘치정’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본연의 ‘욕망’에 대한 것이다. 늙어도 여전히 죽지 않고 꿈틀대는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말이다.

“‘여성에게 있어 연애는 영혼으로부터 감각으로 옮겨가는지 모르지만, 남자에게 연애는 감각으로부터 영혼으로 옮겨간다’라고 그 순간 생각했다. 그것은 내가 관념적으로 연애를 상상할 때와 너무도 다른 결론이었다. 나는 은교를 만나기 전까지, 참된 연애란 남녀불문하고 영혼으로 시작된다고 믿었다. 감각은 하나의 부수적인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나는 은교를 통해 내가 생각했던 것이 얼마나 실체 없는 관념이었는지 명백히 알게 되었다.”

사실 ‘은교’가 여자들에게 특히 불편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곳에서 시작된다. 우선 소설 속에선 두 남자 사이에 욕망의 대상이 된 ‘은교’, 그녀의 자신의 욕망은 어떤 식으로든 명확히 그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은교의 몸이 은교 자신이 아닌 노인의 ‘눈’에 의해 ‘관찰’된 형태로 전시되기 때문에 여자들은 그런 시선에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영화에선 일종의 장치로 일흔 살, 이적요가 은교에 대해 느끼는 갈망을 추문으로 그리지 않기 위해 굳이 젊은 배우 ‘박해일’을 ‘이적요’ 역할에 캐스팅하고, 그를 ‘노인분장’ 시킨다. ‘정서적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한 감독의 선택인 셈이다.

한 인간의 노골적인 욕망을 그리기 위해 노인이 아닌 젊은 배우를 기어이 노인분장까지 시켜 노인으로까지 만들어야 했던 역설이 나는 불편했다. 그런 선택이 남성들이 가지는 ‘여성의 대상화’에 대한 불편함과 일맥상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늙음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늙음’을 피해야 했던 아이러니는 ‘은교’에서 끝내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것은 극장을 나서며 이적요의 마지막을 보며 ‘우는’ 여자와 ‘분노하는 여자’ 사이의 간극을 이야기한다. ‘은교’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남자와 ‘은교’가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여자의 차이만큼이나.

‘은교’가 보여주려는 것은 결국 감춰져 있던 ‘노인’의 사랑이다. 어쩔 수 없이 생의 마지막까지 인간을 괴롭히는 육체적 사랑에 대한 갈망 말이다. 그러나 사랑이라 쓰고 그저 ‘욕망’이라고만 읽으면 생기는 간극을 ‘은교’는 엄혹한 시절을 감옥에서 지낸 이적요의 사회적 투쟁과 헌신, 또 엄마가 준 선물을 떨어뜨려 울고 있는 은교를 위해 위험한 바위 밑을 서슴없이 내려가는 노인의 순정을 통해 욕망 이상의 것을 보여주려 한다.

마르틴 발저의 ‘불안의 꽃’은 나무들도 자신의 죽음을 알게 되면 화려한 꽃을 피워서 자기 흔적을 남기려는 어떤 경향성에 대해 얘기한다. 진화생물학적으로 그것은 우리가 자연이라 말하는 것, 즉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죽을힘을 다해 씨를 뿌리라는 유전자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교가 말하고자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비논리적이며, 불합리적인 감정들이다. 몸이 늙는다고 해서 욕망이 늘어진 피부처럼 늙고 시들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불편한 진실인 것이다. 그저 아름다운 것을 보면 만지고 싶고, 안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망에 대한 것 말이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 것일까. 나도 늙어갈 것이고, 당신도 역시. 어느 날 우리는 노인이 되고, 상실의 고통을 얻게 될 것이다. 그것은 시간의 상실, 시력과 청력의 상실일 수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치명적인 상실일 수도 있을 것이므로,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아직 반듯하게 뛰고 있는 내 심장 소리를 오랫동안 귀 기울여 들었다. 그래서 ‘은교’를 읽던 밤, 나는 보들레르의 시를 읽다가 소리 죽여 울었다.


쭈글거리는 노파는
귀여운 아기를 보자 마음이 참 기뻤다
모두가, 좋아하고 뜻을 받아주는 그 귀여운 아기는
노파처럼 이가 없고 머리털도 없었다.

- 보들레르, '노파의 절망'에서

*괴테(1749~1832)= 독일의 위대한 시인이자 자연연구가이기도 한 사상가. 문학적으로 초기 낭만주의를 취했지만 후에는 고전주의의 입장에 섰다. 광학에서는 색채론을 주장했으며, 지질학 연구, 생물학에서는 진화론 사상을 주장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이 대표작이다.

*보들레르(1821~1867)= 프랑스의 시인ㆍ미술평론가. 낭만파 최후의 시인이며, 악마파(Diabolism)ㆍ신비파의 선구자. 1845년 살롱 비평으로서 문학 생활을 시작, 환상적인 산문과 시를 잡지에 투고하는 한편 미술 비평에도 손대어(1846) 근대 미술비평의 한 분야를 개척했다. 1857년 그의 최대의 걸작인 ‘악(惡)의 꽃(Les Fleurs du Mal)’을 냈으나 오히려 미풍 양속을 문란케 한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다.

*에브리맨= 늙고 병들어 죽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 해마다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이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 중 하나로 꼽은 필립 로스의 소설(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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